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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떠난 여행 이야기

핀란드 헬싱키 - 스탑오버로 즐기는 하루

by Mc휴고 2022. 3. 26.

방주를 닮은 핀란드 캄피 교회의 외관

핀에어를 이용하면 헬싱키에서 스탑오버를 무료로 최대 5일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일정만 여유가 있었어도 5일을 꽉 채우고 싶었지만 저에게 딱 하루만 머물 시간이 있었습니다. 짧지만 알차게 헬싱키를 둘러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반타 공항에서 중앙역 가기

밤늦게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한 터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공항 내에 있는 글로 (GLO) 호텔 에어포트 점에서 하루 숙박했습니다. 터미널 2의 그라운드 층에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의외로 안락하며 공항에서 조식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객실은 넓지 않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도 당연히 없지만 오히려 밤에 도착해서 하루 푹 자기에는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며 짐 가방은 호텔에 맡기고 헬싱키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갔습니다.

 

반타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아무래도 공항철도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5년 1월에 개통했기 때문에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교통편입니다.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 도중에 티켓 자동판매기가 있습니다. 지하철 외에 전차, 버스, 페리까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원데이 티켓도 14유로에 구입 가능합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철도 싱글 티켓은 5유로입니다. 한 번 사면 24시간 동안 쓸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때도 사용했습니다. 공항철도로 가는 안내 표시도 북유럽 특유의 감성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공항철도 노선은 동그랗게 루프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공항에서 플랫폼 아무 쪽에서나 타도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고, 헬싱키 중앙역이 종점이라 내릴 곳을 찾느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앙역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립니다. 노선표나 방향표에서 공항을 찾을 때 주의점은 'Airport'라고 쓰여 있지 않고, 'Lentoasema' 또는 'flygplatsen'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을 나오면 시내 관광이 시작됩니다. 중앙역은 엘리엘 사리넨이 1919년에 건축했는데 핀란드의 유명한 랜드마크입니다. '죽기 전에 봐야 할 건축물 1001'에도 들어가 있다고 하니 우연히 행운을 만난 셈입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경유해서 모스크바를 들러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상상을 해보니 즐겁습니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어서 아쉬운 상황에서 제일 처음 찾은 곳은 침묵의 교회라 불리는 캄피 교회였습니다.

 

 

하얀색에 초록 지붕이 있는 헬싱키 대성당 전경

짧게 둘러본 곳

헬싱키 중앙역에서 3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가기 좋은 캄피 교회를 가장 먼저 들렀습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목조 건물로 2012년에 완공되었으며 핀란드 산 자작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오픈 시간과 닫는 시간은 평일과 주말이 조금 다르지만 매일 방문이 가능했기 때문에 캄피 교회를 찾았습니다. 실내는 간소함 그 자체입니다. 그 어떤 장식이 없고 조명도 간접 조명으로 나무 재질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편안한 인테리어였습니다. 교회 내에 세계 많은 나라들의 언어로 된 성경들이 있었는데 한글로 된 성경도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일요일이라 벼룩시장도 마켓도 모두 닫아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다음 찾아간 곳은 아카데미 북스토어입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나와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곳입니다. 아카데믹 서점은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가 설계한 곳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미국 MIT 대학교를 봤는데 그곳의 베이커 하우스도 알바 알토가 지은 것입니다. 아카데미 북스토어로 갈어가는 길에 스톡만 백화점을 비롯해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 그리고 작고 예쁜 가게들의 쇼윈도를 통해 예쁜 소품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카데믹 서점은 웅장하다기보다는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이었습니다. 소파가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책 읽기에도 좋습니다. 핀란드어로 된 책들이라 읽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2층에 건축가 알바 알토의 이름을 딴 카페 알토가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멋진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다음은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으로 걸어갑니다.

 

1873년에 설립된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은 워래 예술대학으로 쓰이다 1978년부터 디자인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방문 당시 입장료는 10유로였습니다. 입장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티커를 주는데 가슴에 붙이고 다니면 됩니다. 안쪽에 코트와 가방을 넣을 수 있는 무료 락커도 있으니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첫눈에 보이는 것이 이전에 설명드린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유리 소품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아름다웠던 디자인의 소품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독일 출신 디터 람스의 작품도 볼 수 있고 핀란드에서 생산한 기관 단총도 볼 수 있습니다. 마침 피스카스 가위 50주년 기념 전시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1967년에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최초의 가위를 피스카스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딱 보면 아는 디자인입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핀란드 것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북유럽의 실용적이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보고 싶다면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 추천합니다.

 

식사는 아무래도 전통이 있는 곳에서 먹고 싶어서 수소문한 끝에 '레스토랑 살베 (Salve)'에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컬 음식에 도전하고 싶어서 순록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고른 것이었습니다. 크고 아늑한 식당이었습니다. 1897년에 연 오래된 식당에서 현지 맥주를 시원하게 한 잔 하고 샐러드와 호밀빵을 시작으로 연어 수프와 쇠고기 스테이크, 크렌베리와 으깬 감자를 곁들인 순록 고기를 먹었습니다. 점원이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은 곳이라 추천할 수 있는 식당입니다. 단, 순록은 생각보다 질기고 특유의 고기 냄새가 나니 한국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아래 갈린 크렌베리와 으깬 감자는 무지 맛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중앙역 근처로 돌아가 포럼으로 갔습니다. 이유는 무민샵에서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중앙역에서 가장 가까운 무민샵이 아마도 포럼에 있을 것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무민 관련된 기념품을 사기에 좋았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샀을까 지금 많이 후회하는 곳입니다. 무민 쟁반이라도 좀 사 올 걸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남습니다.

짧은 핀란드 헬싱키 스탑오버 이야기를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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