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턴테이블로 LP 음반 듣기 - 불편해도 감성돋는 아날로그 세계

by Mc휴고 2022. 4. 28.

하얀-턴테이블-위에-우드스탁이-그려있는-바이닐이-올려져있음
레가-P1-턴테이블

폰으로 스트리밍 앱에 접속해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편하게 음악을 들으면 되는데, 굳이 둥그렇고 큰 바이닐을 꺼내 (먼지가 많이 껴있으면 닦은 후에) 턴테이블 위에 올려 바늘을 위치시키고 리플레이도 되지 않아 고작 대여섯 곡만 듣고 판을 뒤집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할까? 

 

 

 

LP? No, Vinyl.

언제부터 그랬을까요? 우리는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둥근 원판 모양의 음반을 LP라고 오랫동안 불러왔습니다. LP는 Long Play Record의 약자로 녹음 방식에 관한 용어이기 때문에 바이닐 (Vinyl)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며, 이젠 바이닐이라는 단어도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아날로그 감성

메타버스를 논하는 세상에 왜 뒤떨어진 사람처럼 아날로그를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자연 상태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은 모두 시간에 따라 연속적인 값을 갖는 아날로그 형태를 띱니다. 저장, 복사, 전송, 압축 등의 편의성 때문에 아날로그 신호를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손상시켜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은 당연히 없어서는 안 될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따뜻한 감성의 아날로그 매체를 원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필름사진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호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쉽게 사진을 찍어 소셜 네트워크에 공유할 수 있어 편한 디지털 사진에 익숙하지만, 또 다른 한 편에는 비싼 필름을 사서 오래된 카메라에 넣고 소중한 한컷 한컷을 찍은 후에 현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가끔은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바이닐 소리골의 굴곡으로 따라 가는 바늘이 읽어내며 들려주는 조금은 노이즈 섞인 듯한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결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견디게 합니다.

 

바이닐 출시는 세계적인 추세

이젠 소수만의 취미라고 하기 힘든 것이 재작년부터 바이닐 앨범이 함께 출시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34년 만에 CD 판매량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BTS, 블랙핑크 등의 인기 가수가 낸 바이닐은 나오면 무조건 완판입니다. 어릴 때 텐테이블을 본 적도 없는 2~30대 고객층이 4~50대 층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14년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바이닐로도 3만원 대로 출시하며 한정 판매되었는데 금방 완판 되었고, 2022년 현재 중고가가 프리미엄이 붙어 200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바이닐을 턴테이블로 들으려면 필요한 것들

소제목처럼 바이닐과 턴테이블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결국엔 턴테이블을 먼저 골라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일단 가방형의 일체형 턴테이블은 사지 말라고 말립니다. 또한 앰프나 스피커는 중고를 사도 되지만 턴테이블만큼은 중고를 사지 말라고 권합니다.

 

턴테이블은 예민한 제품이기 때문에 평평한 곳에 잘 놓고 사용해야합니다. 가방형 제품이 예뻐 보이겠지만 내구성이 의심됩니다. 예민한 기계에 스피커까지 달린 제품은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결국 예쁜 소품 형태로 나온 제품보다는 입문형 제품은 신품으로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포노 앰프 내장 vs 외장

아무 턴테이블 하나 사서 집에 있는 앰프와 연결했는데 왜 소리가 안 날까? 턴테이블은 포노 앰프라는 증폭장치가 필요합니다. 바늘이 읽어내는 아주 작은 소리를 키워주는 앰프입니다. 집에 있는 앰프가 포노 앰프가 달린 제품이라면, 또는 턴테이블 자체에 포노 앰프가 내장된 제품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포노 앰프가 내장되어있지 않는 턴테이블을 구입했고, 집에 있는 앰프가 포노 앰프가 달려있지 않다면 포노 앰프를 별도로 구입해야 합니다.

 

결국, 입문자는 포노 앰프가 내장된 턴테이블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다만, 취미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글 맨 위에 올린 사진은 제가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턴테이블로 영국 Rega사의 P1 Plus 포노 앰프 내장 제품입니다. 제품명에 플러스가 빠진 모델은 포노 앰프도 빠져있습니다. 10만 원대의 오디오 테크니카 제품 정도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집을 화이트 인테리어로 꾸민 탓에 이 제품의 색상과 깔끔한 디자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후회하진 않습니다.

 

어릴 때 집에 있었지만 CD의 등장과 함께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LP판들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소리와 함께 예쁜 디자인 소품 역할까지 하는 턴테이블, 가끔은 바이닐 구입을 위해 산책을 나서는 한가로운 기분까지, 디지털로 전해지는 스트리밍 음악의 편리함과는 다른 참 불편하지만 감성 돋는 물건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