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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한국의 하루 우라라 , <위대한 똥말> 로 불린 차밍걸 이야기

by Mc휴고 2022. 5. 31.

꼴찌말로-사랑받은-차밍걸-프로필-사진

1등 외엔 기억되지 않는 처절한 경쟁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아직 약자를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나 봅니다. 국내 경마 역사상 <위대한 똥말>로 불리며 101번의 경기에 단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한 차밍걸을 사람들은 사랑했고, 사람들은 '꼴찌' 차밍걸에게서 위안을 받았습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 나오는 하루 우라라

카카오게임즈가 일본의 사이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6월 20일 오픈하는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경주마를 미소녀로 의인화한 육성 게임으로 작년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한 유명한 게임입니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가 실제로 일본 경마 역사상 유명했던 말의 이름인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하루 우라라'.

 

하루 우라라

1996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암말로 일본의 경주마였던 하루 우라라는 통산 113전 무승이라는 엄청나게 부진한 성적임에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8년에 데뷔했지만 2004년 6월까지 80번의 패배를 하며 '패배자들의 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져 해외 언론까지 보도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우라라를 보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고, 하루 우라라 마권을 구입해서 기록적인 액수의 배당금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전설적인 기수가 하루 우라라와 함께 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하루 우라라를 캐릭터로 한 장난감과 키링과 같은 액세서리 외에도 기차표, 쌀, 소주 등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으며, 팬들은 단 한 번이라도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2004년 8월에 은퇴했습니다. 

 

 

우마무스메 사전예약 완료하고 출시일 기다리기 (게임 정보 포함)

2021년 2월 일본에서 출시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한국 정식 서비스 오픈일이 2주 남짓 (2022. 6. 20) 남았습니다. 카카오게임즈에서 4월부터 사전예약을

www.hugowellbeing.com

 

한국엔 차밍걸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관심을 갖다가 우마무스메를 알게 되고,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캐릭터를 알아보다 하루 우라라 이야기를 접하게 되니, 갑자기 몇 주 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봤던 차밍걸 사진이 떠오릅니다.

 

당시, 렛츠런파크 건물 로비에 한국 경마 100년 사를 축하하기 위한 전시가 있었는데 전설적인 기수와 명마들이 기록되어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눈길을 끈 것은 삼관마가 아닌 "위대한 똥말"이라는 별명의 차밍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한국 최고의 꼴찌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101번째 꼴찌 기록까지 쓰여있었습니다.

 

차밍걸은 하루 우라라가 은퇴한 이듬 해인 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났으며, 하루 우라라와 비슷하게 작고 왜소한 체격을 가졌습니다. 2008년에 데뷔한 이후, 연전연패했으며 최고 성적은 3위였습니다. 부진한 성적으로 사람들은 '똥말'이라 불렀고, 2013년 9월 은퇴한 후 (당시 마주의 바람대로 마사회가 은퇴식을 치러 줌) 경기도 화성 궁평목장에서 승마 선수를 위한 승용마로 살다가 2년 후, 갑작스러운 산통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차밍걸은 현역 시절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경기를 월 2회 간격으로 보통 말들의 2~3배의 경기를 뛰었습니다. 잔병치례가 없고 기력도 금세 되찾는 차밍걸은 우승은 못해도 여러 차례 10등 안에 들어 경기마다 100만 원 가까운 출주장려금을 받았습니다. 성실함과 강철체력의 아이콘이 되며 묵묵히 달리는 차밍걸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뉴스와 동화책, 창작공연 등에서 이를 소재로 삼기도 했습니다. 경마가 스포츠로서 인기가 많은 일본과 달리 '도박'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차밍걸을 일반 사람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하루 우라라와 같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차밍걸을 응원하기 위해 마권을 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2017년 5월 렛츠런파크 서울에 차밍걸을 기리는 기념석이 설치됐고,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꼴찌라는 별명도 괜찮아. 101번의 빛나는 도전이 있으니까. 잊지 마, 차밍걸. 넌 내 마음의 영원한 1등이야".

 

* 또 한 명의 차밍걸 - 기수 유미라

차밍걸의 은퇴식에 마주, 조교사, 그리고 기수 유미라가 마사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았습니다. 기수 유미라의 이야기도 차밍걸 만큼이나 드라마틱합니다. 근대 5종 선수였던 유미라는 한체대를 지원했지만 2002년 당시 여자를 뽑지 않았고, 경마 기수 모집에 지원, 재수해서 붙습니다. 하지만, 마주 들은 여성 기수를 기피해서 말을 얻을 수 없었고, 사정사정해서 '똥말'이라 불리던 차밍걸을 만나게 됩니다.

 

단 1승도 못하고 은퇴한 차밍걸과는 달리 유미라 기수는 데뷔 후 3년 6개월 간 고작 3승을 거두지만, 2013년에 26승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그랑프리>에서 김태희 대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 차밍걸로 부터 받는 위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기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삶에 편입되며 무한경쟁 속에 살게 됩니다. 그 결과가 우수하고 눈에 띄어야 살아남는 경주마의 생이 우리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태어나서 1등을 단 한 번도 못한 차밍걸의 인생을 보며 사람들은 조롱 섞인 응원을 했을지 모르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경주에 임하는 자세를 보며 묘하게 우리와 닮은 모습에 진심으로 차밍걸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묵묵히 경주에 참가하는 차밍걸에 대한 응원이 사실은 우리 삶에 대한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과 위로가 아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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