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가 국내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차량 화재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팩트 체크를 하고,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합당한 지, 해결 방안은 없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전기차 화재 사건의 발단
2024년 8월, 인청 청라 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던 벤츠 전기차량이 갑자기 폭발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관계자가 스프링클러 작동을 강제로 멈춘 탓에 큰 화재로 이어져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계속되는 전기차 화재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실제 전기차 화재가 아닌데도 "전기차 화재?" 라며 물음표를 붙여서 시민들의 불안을 더 증폭시키는 안 좋은 기사들도 보게 됩니다. 아파트 커뮤니티들에서는 전기차는 이제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시키라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금은 차분히 이 사건을 살펴보고 냉정하게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민감한 이슈임에도 전기차주, 내연기관 차주로 나뉘어 감정적으로 싸우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들에 불편한 마음을 갖던 차에 글을 씁니다.
▶ 위 사건의 화재 책임에 대한 생각
- 1차적인 책임은 벤츠
-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알리고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점
- 지하에 가만히 주차된 차의 폭발 (이런 차를 어떻게 탑니까?)
- 스프링클러를 끈 관리자
- 스프링클러는 불을 끄는 역할이라기보다는 더 크게 번지는 시간을 지연시켜 소방관 출동과 진입을 돕는 역할
- 관리자가 작동을 멈추고 난 뒤, 사태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다시 작동시키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
- 이 문제는 비단 전기차가 아니라 가솔린 차라도 불이 났으면 지하 주차장이 전소되었을 것입니다.
▶ 계속되는 전기차 화재에 관한 기사
전기차는 가만히 있어도 터질 수 있고, 불 한 번 붙으면 끄기가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공포로 자리 잡을 즘, 계속되는 화재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잘 걸러서 보면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인데도 전기차라고 의심하게 만드는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아파트 커뮤니티의 갈등
제가 사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도 전기차의 지하 주차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젤 차량을 운행하고 있지만, 늘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완충한 차는 지하 주차장 이용을 못 하고 얼마 이하의 충전된 차량만 진입을 허락하겠다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시민들의 공포에 화답을 하는 듯 하지만 정말 비과학적이고 무식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9월 6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강기석 교수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금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했습니다.
“팩트에 기반을 둔 결정이라기보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긴 과도한 반응이다. 인천 전기차 화재는 지하라서 커진 게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대도시의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대부분 지하 화하지 않았나. 결국 전기차를 주차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 지하주차장에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면, 지하에 들어갈 수 있는 소방차를 개발해 넣어야 맞다. 그게 국가 시스템이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말해주는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불량 배터리 문제와 스프링클러가 동작하지 않아 생긴 화재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나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전기차 화재 팩트 체크
▶ 내연기관과 전기 차량의 화재 건수 비교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더 화재가 많이 날까요? 위 인터뷰를 진행한 강기석 교수는 통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단,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 비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불량 배터리가 유통되거나 안전 가이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통계자료를 직접 찾으려면, 아래 두 자료를 연도별로 교차해서 확인하면 됩니다.
- 국토부 통계누리 자동차 등록 자료
-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화재 통계 데이터
아래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차량 만 대당 화재 건 수를 비교해서 표를 그려봤습니다.
연도 | 내연기관 차량 | 전기 차량 |
2018 | 2.2 | 0.4 |
2019 | 2.0 | 0.3 |
2020 | 1.9 | 0.8 |
2021 | 1.8 | 1.0 |
2022 | 1.8 | 1.1 |
2023 | 1.9 | 1.3 |
<연도별 차량 만 대당 화재 건 수>
만 대당 화재 건 수를 보면 전기 차량이 더 낮습니다. 최소한 전기차 차주는 화재에 대한 너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등록된 차량 총 수에서도 아직 내연기관 차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설사 비율이 같다 하더라도 차량의 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불량 배터리와 배터리 안전에 대한 가이드 강화와 더불어 지하 주차장의 화재 확대를 방지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 것입니다.
▶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 금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방안
시대의 큰 흐름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마차에서 현재의 자동차로 변화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었을까? 정비되지 않은 도로와 규정 속에서 자동차 사고가 많이 난다고 이 흐름을 막을 순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 규정이 정비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 것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것도 속도의 문제지 결국 전기차가 대다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진입을 할 수 없다?
시민들의 공포를 압니다. 가깝게는 코로나가 있었고, 더 멀리 광우병도 있었습니다.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조처는 어느 정도 과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이유로 오는 공포와 이를 부채질하는 기사에 의해 확대된 공포는 과학적인 사고와 해결 대책을 준비해서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대다수의 공포로 인해 전기차량을 외부에 주차해야만 한다면, 그에 합당한 (불편함을 보상해 줄) 편리함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입니다. 물론 공포가 사라질 때까지 과도기적인 해결책이겠지요.
여러 아이디어를 찾아보던 중, 참신한 내용이 있어서 이 글에 소개하자면,
"전기차량 외부 전용 주차장에는 캐노피를 설치하고 차주가 아파트 현관까지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는 구조물 설치를 한다"
글을 마치며
과도한 공포는 없애고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민감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요약하자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 가이드 강화와 불량 배터리 근절을 위한 방안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며, 지하 주차장의 화재 확대를 막기 위한 방안과 소방 차량이 진입하기 좋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두 번째 일 것입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전기차주와 내연기관 차주로 나뉘어 감정싸움을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상대의 공포도 인정해 주고, 불합리한 권리 박탈에 대한 합리적 보상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모든 일은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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